이렇게 기온이 올라가다가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건 아닐까 걱정되는데요.
실제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아열대성 해충이 몰려오는 현장, [더깊은뉴스] 변종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병남 / 경남 창원시]
"다 죽었어요. (마음 아프시겠어요?) 뭐…"
봄부터 고생해서 키운 사과대추를 따 보지만 죽은 열매만 한가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지마다 회색 벌레가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외래종 해충인 '미국선녀벌레'입니다.
[현장음]
"이것 봐봐, 이거는 아이고…"
이미 과수원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겉 보기에는 멀쩡한 과일나무의 뒷 면을 보시면 하얀색 미국선녀벌레가 나뭇 가지와 나뭇잎을 휘 감은 채로 덕지 덕지 달라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선녀벌레는 나뭇가지에 있는 수액을 빨아 먹는데 그렇다 보니 나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무더위가 길어지면서 미국선녀벌레 발생 건수는 지난해 2796건으로 4년 전보다 60배 이상 크게 늘었습니다.
[민찬식 / 경남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
"장마가 끝나고 나면 다시 온도도 높아지고 습도도 높아지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좋아집니다."
8년 전 미국선녀벌레가 처음으로 발견 됐던 경남 밀양을 찾아가 봤습니다. 초여름부터 방제를 시작했지만 소용 없습니다.
[노상석 / 경남 밀양시]
"사과농사는 1년 농사 안 된다고 봐야죠. 나무도 죽이니까."
폭염이 이어지면서 해충의 활동은 더욱 왕성해졌습니다.
[전문수 / 경남 밀양시]
"수풀이나 덤불 속에서 개체수가 늘어나다 보니까 덤불 속에 근본적인게 안 없어지기 때문에…"
충남 서산지역의 옥수수밭. 이곳은 중국에서 건너온 해충 때문에 밭 전체가 초토화됐습니다. 범인은 바로 멸강나방 애벌레. 낮엔 땅에 숨어있다가 밤에 나와 농작물을 갉아 먹는데,
'강토를 멸망시킨다'는 이름이 말해주듯 농가에 큰 피해를 줍니다.
[이수호 / 충남 당진시]
"멸강나방이 왕성하게 먹을 때에는 10m 밖에서도 옥수수를 먹는 소리가 와글 와글 들릴 정도로 심하고…"
폭염은 깊은 산 속에 사는 소나무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잎이 붉게 변한 소나무, 소나무의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병에 감염됐습니다. 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사는 기생충이 나무에 침입해 수분을 빨아 먹으면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강원지역의 솔수염하늘소는 지금까지 해발 700m 아래에서만 서식하는 걸로 알려져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강원도 정선에서는 해발 800m 부근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견됐습니다.
제주도에선 해발 9백미터 고지에서도 재선충 소나무가 발견됐습니다.
[노희부 /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
"재선충이나 매개충이 일정 온도가 돼야 증가되거든요. 온도가 올라가면 재선충이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확산되는 게 빨라진다."
무더운 날씨에 활동이 왕성한 곤충은 사람의 목숨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를 아십니까?
일명 '살인진드기'라 불리며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데요. 평소 길이는 3mm에 불과하지만, 피를 빨았을 땐 10배 가까이 몸이 커집니다.
무더운 여름철 야외 활동객을 노리고 있습니다. 치사율 30%. 고열과 두통 등을 일으키는데 노약자들에겐 더욱 치명적입니다.
2013년 처음 발견된 살인진드기 발견 첫 해 36명이었던 감영자수는 지난해 약 5배나 늘어났습니다. 올해만 벌써 48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3명이 숨졌습니다. 예방하는 것 말고는 치료법도 없습니다.
[김종훈 /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예방이나 치료법이 있나?) 현재까지 알려진 특효 백신이나 치료법은 없기 때문에. 야외 활동 시 긴옷을 입어서 노출을 자제하고,진드기 기피제를 몸에 발라서…"
한반도의 연 평균 기온은 매년 약 0.2도 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2050년이면 지금보다 약 3도 정도 높아질 전망입니다.
지금이라도 아열대성 벌레의 구체적인 출몰 시기와 지역을 분석해 방어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채널 A 뉴스 변종국입니다.
bjk@donga.com
영상취재 : 김덕룡 조승현 이철
영상편집 : 강민
글 구성 : 전다정 장윤경
공동취재 : 김윤종(동아일보)
그래픽 :김민수